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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리고느낌.

마주오는 바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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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루가성 앞의 벚꽃길에서...

일본에 온 후 일상의 여러 가지가 바뀌었지만, 그 중에서도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것은 이전에는 전혀 상상해 보지 못했던 생활방식이다. 사실 이곳에 온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나갔지만 아직 시내버스는 한번도 타 본적이 없다. 30분에 한 대씩이라는 배차간격은 차치하고라도, 3,4백엔 하는 버스요금은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다니겠다는 생각을 저 멀리 치워 버린다. 이런 생각은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지, 간혹 내 자전거 옆으로 지나가는 버스 안을 들여다 보면 60대 이상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말 그대로 비가오든 눈이오든 매일 자전거를 타게 된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한적한 시골길을 지나다니는 것은 보통 즐거운 일상 중 하나이지만, 비바람이 심하게 치는 날은 예외가 된다. 비가오는 날에는 한 손에는 우산을 받쳐들고, 다른 한 손으로 핸들을 조정을 하게 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는 우산에 공기저항이 많이 걸려서 운전(?)하는것이 꽤나 까다롭다. 이 때문에 비가 웬만큼 오지 않으면 내리는 비를 그냥 무시하고 우산 없이 자전거를 타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비가 올 때는 대부분 맞바람이 분다는 것이다. 아침에 학교에 올 때에는 집쪽으로 바람이 불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학교쪽으로 바람이 부니, 비가 오는 날에는 평소보다 자전거 타기가 두세배는 더 힘들어진다. 종종 강한 바람이 좌우에서 불어올 때도 있지만, 뒤쪽에서 바람이 불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은 혼자서 궁시렁대며 불평하기도 하고, 가끔은 도대체 왜 이런지 나름 분석해 보려고 했지만 우리동네를 둘러싼 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뿐 도대체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며칠 전, 뒤늦게 잇몸을 뚫고 나오려고 하는 사랑니 때문에, 점심을 먹고 치과에 가게 되었다. 학교를 나서려고 할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챙겨들고 나섰다. 역시나 바람은 역풍. 마주부는 바람을 우산과 함께 뚫고 치과에 도착해 진료를 받았다. 그리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 이런. 또다시 바람이 마주불어오는 게 아닌가. '하나님이 나한테 뭔가 불만이 많으신 것인지, 도대체 왜 내가 어딘가 가려고 할 때마다 맞바람이 꼭 불어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니면 내가 항상 타이밍을 너무 잘 맞춰서 다니는 것인지...

다행이 비가 그리 심하진 않아서 비를 그냥 맞을 생각으로 자전거를 멈추고 우산을 접었다. 그새 바람이 잦아든 것일까? 우산을 접고 보니 바람이 거의 불지 않고 있었다. 뭔가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다시 우산을 펴고 자전거를 달려 나갔다. 역시나 다시 맞바람이 불어온다. 처음부터 바람은 그저 산들산들 불어왔던 것이나, 단지 내가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달려나갔기에 상대적으로 내게는 맞바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편으론 이 단순한 사실을 1년이 넘게 깨닫지 못하고 있던 내가 좀 황당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나름 궁금해 하던 사실을 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좋기도 하다. 문득 내 삶에는 얼마나 강한 맞바람이 불어오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무엇인가를 향해 달려갈 때 맞바람을 만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면, 바람의 세기가 내가 달려가는 속도에 비례한다면, 나는 지금 충분한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것일까. 편안히 보내고 있는 오늘의 삶이 나의 게으름과 두려움때문은 아닐까....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아야 겠다. 그래서 내게 다가오는 삶의 바람이 힘겹게 느껴지게 될 때에, 두려움에 멈추어 서기보다는, 주님께서 내게 힘을 더하여 주시길 기도해 보아야 겠다. 내 삶의 마지막 날에 뒤를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 내가 주님을 사랑합니다.
주님는 나의 반석이시며, 나의 소망입니다.
지난 여러 어려움의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하시고 나를 지켜 주셨던 주님을 찬양합니다.
나의 남은 시간 동안도 주님을 신뢰하며 당신과 동행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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