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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길을 잃어라



그는 자전거를 타고, 말을 탈 줄 안다.
안전지도대원이었다.
전자공학, 국제학을 공부했다.
CIA 직원이었다.
은행원이었고, 연극배우였으며 발명가였다.
활강스키 세계기록 보유자이기도 하다.


마이클 메이.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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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최근 몇년간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도전정신의 아름다움' 에 대해 가장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책이다. 성공한 시각장애인에 관한 책이라면 흔히, 시각장애인의 감동적인 눈물의 도전기를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을 애초에 생각조차 하지 않은 듯 하다.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클 메이는 장애인이면서도 자신의 약점에 절망하거나 의기소침하지 않으며, 더더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빛의 강약만을 겨우 구분할 수 있는 시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축구를 하며, 스키를 탄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자주 넘어지고, 다치고, 한 순간의 실수가 곧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경우도 많지만, 그는 도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결국 그의 꿈을 이루어 낸다.

여기까지가 전부라면 이 책은 그저 그런 평범한 성공스토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도전기는 그 '도전'의 '참을 수 없는 평범함' 을 통하여 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시각장애라는 어쩌면 매우 암담한 현실속에서, 그는 정서적으로 너무도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책을 읽다 보면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핸디캡이 며칠전 다투었던 친구와 화해하는 문제와 같은 크기로 보일 정도이니 말이다.

평범함. 보통,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다른 이들이 겪지 않는 특별한' 어려움으로 생각하기 쉽다. 사실 나도 마찬가지인 것이, 내가 겪는 어려움이라고 하는 것은 대부분 내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겪었고 또 겪어갈 일들임에도,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과장하면서 자기합리화의 쳇바퀴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시각장애인이라는 어려움을 너무나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는 문제가 사실은 그렇게 커다란 문제가 아니라고 얘기하는 듯 하다.


사족. 컴퓨터 비전을 공부하는 한 연구자로서 이 책은 정말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수십년을 앞을 보지 못하고 살아오던 그가 세포 이식을 통해 눈을 다시 뜨게 되었는데, 문제는 시각정보를 담당해야 할 뇌세포가 그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로 인해 마이클 메이는 마치 영상처리를 해야만 하는 컴퓨터와 같이 모든 것을 새로 학습하고, 에러를 교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 책에서는 마이클 메이의 도전기 뿐 아니라, 빛을 다시 찾게된 그가 시각정보를 처리해 가는 과정에 대해서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에, 영상인식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
국내도서>비소설/문학론
저자 : 로버트 커슨
출판 : 열음사 200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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