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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리고느낌.

아이즈 대학 소개

아이즈대학(会津大学)에서 생활하게 된 지도 3년이 다 되어 가네요. 새로움과 설레는 마음으로 첫 발을 내디뎠었는데, 어느새 이곳이 익숙한 일상의 장소가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아이즈대학에 대해서 한번 포스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블로그에 남겨진 부탁을 기회로 삼아서 글을 적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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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대학의 정문. 벚꽃이 지고 난 후 늦은 봄에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즈 대학은 일본 후쿠시마현 아이즈와카마츠(福島県, 会津若松)에 있는 4년제 대학으로서, 학과가 컴퓨터공학 하나밖에 없으며 영어를 학교의 공식 언어로 삼고 있는 특성화 대학입니다. 아이즈와카마츠가 도쿄를 기준으로 북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소도시이며 이곳의 학생 수가 학부생 기준 1,000 여명 정도로 작기 때문에 모두가 한 장소로 모이는 식사시간을 제외하게 되면 교내에 학생들이 거의 보이지 않아 학교 캠퍼스가 마치 작고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아이즈 대학은 컴퓨터와 영어, 두 가지에 특성화가 이루어진 대학입니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에 세워진 현립대학이지만 재학생의 절반 정도는 후쿠시마현이 아닌 홋카이도, 후쿠오카를 비롯한 일본 전역에서 온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학부(undergraduate)의 학생들은 연습실의 워크스테이션과 자바 환경에서 대부분의 실습 수업이 진행되게 되며, 대학원에서는 연구실에 따라 다르지만 윈도우즈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4시간 개방되어 있는 연습실에는 충분한 양의 워크스테이션이 마련되어 있어 과제나 개인적으로 프로그래밍 연습을 하는 데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각각의 워크스테이션은 클러스터링되어 모두 하나의 클러스터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학생에게 슈퍼컴퓨터의 로그인 권한이 주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이즈 대학에서 대부분의 교육은 컴퓨터에 집중되게 되며, 이와 같은 시스템 덕분인지 작년 아시아지역 ACM 프로그래밍 대회에서는 아이즈 대학의 두 팀이 각각 4위와 22위에 랭크되기도 했었습니다 [참조].


영어는 컴퓨터에 전문화된 아이즈 대학의 두 번째 특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아이즈 대학은 대학의 국제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학부생은 대부분 일본인이지만 전체 교원의 37%가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조]. 이에 따라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조금씩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듣게 되며, 대학원의 수업은 기본적으로 영어로 진행됩니다. 물론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일본인 교수님 (혹은 일본어가 가능한 교수님)의 수업에 외국인 학생이 없는 경우에는 일본어로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규과정의 유학생은 20 명 정도로 알고 있으며, 현재 한국, 중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인도, 콜롬비아, 헝가리 등 다양한 국적의 유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학생의 수는 대학원의 학생수가 50 여명인 점을 감안해 볼때 매우 높은 수치라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살다 보니 여러가지 재미있는 상황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 중 하나가 교수와 학생과의 예절 문화의 차이 입니다. 학교마다 연구실마다 조금씩 분위기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는 교수-학생과의 상하관계가 분명합니다.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어 편하게 앉아 잡담을 하고 있다가도 지도교수님이 들어오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합니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실례가 되는 문화이죠. 이곳의 일본 학생들은 특별히 교수님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근처에 교수님이 와 계신걸 알면서도 시선을 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식으로 이해하면 교수님이 무시당하는 형국이죠. 중국 학생들은 같은 동양권이라 예의를 더 차릴 것이라는 선입견을 확실하게 깨고 옆에 오신 중국인 교수님을 향해 손을 들어서 흔들어 줍니다. 그래서 처음엔 교수가 아니라 같은 연구실 학생인 줄로만 알았던 적도 있었답니다. 이런 다문화 환경 덕에 지나가다가 교수님들을 만날 때 어떻게 인사해야 할 지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그래서 저는 '영어로 이야기하는 교수님들과는 미국식, 일어로  소통하는 교수님들과는 일본식, 그리고 우리말로 이야기하는 교수님들과는 한국식' 이라는 간단한 룰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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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대학 연구동 앞의 가을길


아이즈 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와서 가장 만족하는 것은 연구실이 한국에 비해 연구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사과정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하는데 필요한 연구를 하게 되는 한국의 많은 공대 연구실들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지도교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이 하게 될 연구를 정하고, 연구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물론 교수님의 스타일에 따라 많이 좌우되게 되지만, 프로젝트가 아닌 학문적인 이유로 논문의 테마가 결정된다는 것은 제게 있어서는 매우 새롭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런 학문적인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은 4학년 때부터 각 연구실에 소속되어 연구를 진행하며 국제학회(international conference)에 논문을 내도록 격려받으며, 우수한 학생들의 경우 학부 2,3 학년 때부터 논문을 써 나가기도 합니다. 아마도 이런 것들이 전체적인 논문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년도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2006년 초), 일본의 컴퓨터 분야를 기준으로 한 대학평가에서 교수 1인당 SCI 논문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학교로 랭크되기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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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봄에 논문 한편 적어보겠다고 책상 위에 늘어놓았던 참고논문들


아이즈대학의 학교 시설은 비교적 좋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은 규모의 학교이지만, 체육관, 수영장, 검도장 등의 운동시설도 갖추어져 있으며, 학교를 둘러 있는 산책로와 정원은 컴퓨터 코드에 지쳐버린 마음을 풀어 주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헬스시설과 (fitness center) 마사지 의자 등이 구비되어 있는 방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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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대학의 체육관



간단히 아이즈 대학의 장단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적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제가 3년 가까이 정을 붙이고 다니고 있는 학교인지라 칭찬 일색의 글이 되어 버렸네요. 중요한 내용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보다는 뒤쪽으로 오면서 글이 좀 장황해 진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글이 너무 길어져 버린 관계로 여기서 글을 마무리하고 저는 다시 본연의 연구로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일본 유학을 준비중이신 분들이 궁금해 하실 거 같은 학비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유학을 준비하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만 가장 신경을 쓰게 되는 부분이 학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즈 대학을 비롯한 일본 국/현립 대학의 학비는 의외로 싼 편이어서 2008년 현재 수업료가 1년에 52만엔 (한화 500만원 정도), 입학금이 28만엔입니다. 한국의 대학교 등록금 인상률을 볼 때 조만간 한국이 더 비싸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


참, 일본의 시골도 나름대로 둘러볼 곳이 있답니다. ^^

아이즈와카마츠시 안내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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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학을 닮은 쯔루가성(아이즈와카마츠성)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