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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리고느낌.

아이즈와카마츠에서....

거짓말처럼, 하룻밤 새에, 봄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스웨터에, 겨울 코트에, 장갑까지 끼고 다녔었는데, 오늘 창문을 열어보니 따스한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오늘은 학교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TV도 보고, 논문에 사용할 알고리즘을 좀 차분히 생각해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는데, 따스한 공기를 한번 맛보고 나니 도저히 갑갑한 방안에만 있을 수가 없어서 결국 옷을 갈아입고 학교로 나왔습니다. 학교에 와 보았자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는 거 외에는 집에 있는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오고 가면서 따뜻한 햇살과 공기를 좀 맛보고 싶었거든요~

지금 저는 일본 후쿠시마 현에 있는 아이즈 대학교 (会津大学) 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아이즈 대학은 학과가 컴퓨터 공학과 하나밖에 없는 특성화 대학으로, 작년 통계에 따르면, 컴퓨터 분야에서 교수당 SCI 인용지수가 일본 전체 1위를 할 정도로 나름 괜찮은(?) 학교랍니다. 한국의 ICU 를 생각하시면 될 거 같아요.

후쿠시마, 그 중에서도 제가 있는 아이즈와카마츠(会津若松)는 도쿄에서 동북 방향으로 버스로 4시간 반정도 걸리는 '시골'이랍니다. 일본 여행안내책자를 아무리 뒤져봐도 요 근처에서는 '센다이' 말고는 정보를 찾기 힘들어요. 학교가 좀 외진 곳에 있는데다 한국에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다 보니, 한국인 유학생은 제가 입학하기 전까지 전무했다고 해요. 그리고 그 이후로 입학한 한국인 유학생도 아직 없었답니다... ^^;;;;

같은 나라에서 온 친구가 없는 것은 사실 저 뿐만 아니고 (10명 이상의 중국인 유학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겪는 문제이지만, 모국어로 마음 터 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없다는 것은 집을 떠나와 생활하는 유학생에게는 나름 심각한 문제가 된답니다. 한참 바쁘고 정신없을 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가지만, 막상 시간의 여유가 생기게 되면 마음이 이리저리 방황하게 되는 거죠~

오늘 낮에 잠시 TV를 보는데 미국 뉴욕의 어학연수 클래스의 수업 내용을 그대로 방영하더군요. 일본 학생도 한명 있고, 한국 학생들도 두세명 있었죠. 수업 내용은

I wish that "_____________". (~~ 이었으면 좋겠어요.)

을 활용해서 가정문에서의 시제변화를 공부하는 것이었는데, 특히 한국학생들이 발표하는 문장들에서 그 친구들의 외로움이 느껴져서 사실 좀 마음이 안 좋았답니다.

I wish that I could go home now. (지금 집에 가고 싶어요) 라던가,
I wish that I could have a magical carpet, so that I can go anywhere.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마법 양탄자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라던가 하는 내용이 많이 나왔거든요~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 학생들이 두세명이 같이 공부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부럽더군요...
순간 TV속에 있는 학생들에게 말을 걸고 싶을 정도였으니깐요... ^^;;;

음.... 주절주절 적은 글을 어떻게든 수습을 해야겠는데, 적당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군요~ㅋㅋ
뭐~ 그래도 제가 받은 것들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죠?
가끔 조금씩 외롭긴 해도 미국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에 비해서 좀더 쉽게 한국을 들락거릴수 있기도 하고, 여기서도 일본 친구들을 한명씩 알아 가면서 우정을 나누고 있는 것도 감사하고, 좋은 연구환경 속에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제겐 기적같은 일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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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한국인 유학생은 아직 한명이지만, 한국 학생은 두명이랍니다.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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