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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일단 축하하며...

그동안 참 말도 많았던 대선결과가 발표되었다. 투표자의 과반에 가까운 지지율로 당선이 확정되었다고 한다. 향후 특검 결과에 따라 당선이 무효화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기는 하지만, 도덕성에 조금 더 흠집을 내는 정도 이상은 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선자가 이 글을 읽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겠지만, 한 나라의 수장으로 선출된 것을 먼저 축하드린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번 선거를 네거티브로 점철된 선거라고들 했다. 이런저런 네거티브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많은 국민들의 마음이 선거로부터, 대통령 후보들로부터 멀어져 가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에 거주중이 아닌 데다가 선거기간에 맞추어 한국에 들어갈 여유가 되지 않았기에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택을 해야만 하는 힘든 상황에 처하지 않았었지만, 아마 내가 한국에 있었더라면 투표소에 들어가 이명박씨의 란에 기입을 하고 나왔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 본다.


하지만 한편, 막상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내 마음을 매우 안타깝게 한다. 모든 것을 수요/공급의 시장경제의 원리로 생각하는 것 같은 사람. 안될 때는 밀어붙이면 된다는 불도저식의 사고를 가진 듯한 사람. 남북관계에서의 우호적인 흐름을 막아 버릴 거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나의 추측일 뿐이지만, 왠지 모두 그렇게 되어 버릴 것 같다는 불안감은 잘 가시지 않는다. 내가 투표를 했다면 그를 찍었을 것 같다는 나의 생각은 단지 다른 사람이 당선될 경우 더 많은 문제를 야기할 것 같다는 이유일 뿐 꼭 그가 되어야 한다는 이유는 없었다.


나는 이회창씨가 막판에 대선에 출마한 것은 매우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회창씨가 나오지 않았더라면 현 노무현 정권을 빨갱이 집단으로 미국을 아버지나라쯤으로 생각하는 극우익들의 표까지 이명박씨가 대부분 받아갔을 터이니, 극우익의 입장까지 포괄하는 당선자를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지금보다는 훨씬 안타까움으로 가득차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대한민국의 Far-Right 진영 분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개인적으로 잘 이해가 안되는 터라...)


개표율 89.2%인 현재 득표율 48.2%. 대단하다. 특히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보면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그는 그 정도의 지지를 받을만큼 훌륭한 후보였는가? 당선자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득표율 50%의 함정이다. 많은 이슈들에도 불구하고 달성된 이 득표율은 뒤집어 생각하면 오히려 이것은 그에게 투표한 사람들중 많은 수가 그의 공약들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지지자들의 표가 대안없이 갈곳을 잃고 '경제'라는 이유로 그에게 몰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선의 선택이라기보다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는 쪽으로, 혹은 위험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투표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


어쩄든 선거는 끝났다. 그를 지지했던 사람도, 그를 찍었던 사람도, 그를 반대했던 사람도, 이제 우리의 당선자가 대통령이 되어 만들어갈 세상이 어떤 것인지는 대강 알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청년실업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을 것이다. 어쩌면 그가 기업하기 좋은 문화를 만들어 낼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의 회복' 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우리 각자 각자에게 너무나 달랐었다는 사실도 하나씩 하나씩 드러날 것이다. 지금 그가 가지고 있는 '경제'의 이미지는 너무 포괄적이어서 내가 볼 때에 그는 결코 그에게 기대되는 모든 '경제의 회복'을 가져올 수 없다. 그야말로 기적이 아니고서는 말이다.


아마 지금 이명박 당선자의 머리속에는 향후 5년간의 교육, 정치, 경제적인 계획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불행히도 내 예상이 맞는다면 그 계획을 통해 열매를 수확할 사람들은 대한민국국민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뭐 성공한 한 사람을 통해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진정 행복해진다면 그것도 좋다. 여기서 내가 당선자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먼저 그가 획득한 득표율 50%이다. 그리고 이제 그가 대한민국 국민 100%의 대통령이 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극히 일부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 50%를 생각하는, 그리고 100%를 생각하는 정책을 구상하고 추진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