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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 of War

Lord of War

<주의! 이하 약간의 스포일러 있습니다> ^^;;


이 영화는 유리 오를로프라는 한 무기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화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간 한 청년이 무기상으로 거듭나고, 또 사랑에 빠져 평범한 일상을 살고자 하는 그의 모습,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며 괴로워하는 모습 등을 부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이 무기상을 이해해 나가도록 한다. 그리고 '모든 전쟁이 그로부터 시작한다'는 카피라이트를 뒤집어 사실은 이 전능해 보이는 무기상조차도 미국정부라는 거대한 전쟁광의 손 위에 있는 프리랜서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향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사실 '유리'의 변명으로 가득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계속해서 변명한다.

1. 그가 무기상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것은 일상의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 그가 무기상의 세계를 떠나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그가 그 세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자신은 무기를 파는 것이지 직접 누군가를 죽이는 것이 아니므로 자신이 판 무기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지 그건 자신의 책임이 아니다.
4. 그는 단지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5. 자신이 일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같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6.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무기를 공급하는 자신이 세상의 악의 중심이라고 하지만, 사실 가장 큰 무기의 공급처는 각국 정부이며, 특히 미국 정부는 가장 큰 딜러이다.

사실 모두 조금씩은 일리가 있는 주장이며, 몇몇 주장, 특히 마지막의 두 주장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로써 그가 행한 모든 일들이 죄가 아닌 것이 되어야 하는 걸까?


사실 이런 문제는 기본적으로 어느 특정인이나 특정 국가가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 시스템의 전체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잘못된 시스템의 뿌리가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어떤 개인이나 국가가 노력한다고 해서 간단히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개인은 그 시스템 속에서 별 죄책 없이, 혹은 깊은 죄책감 속에서도 스스로에게 절망감을 느끼며 자신의 일을 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서 쉽게 간과되는 것은 그 거대한 시스템이 실은 작은 한사람 한사람의 윤리의식에 의해 구축된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사회를 비난하던 유리 오를로프는 그 사회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스스로의 얼굴에 누워서 침을 뱉은 셈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흥미있는 사실은 그가 스스로를 변명하기 위해 사용한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다른 이를 비난하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어느 철학자는 인간이 스스로의 마음을 바라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존재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였지만, 사람들은 종종 스스로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서, 혹은 그 죄책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비난'이란 도구를 사용하는 것 같다. 내가 늘상 하고 있는 작은 잘못들보다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드러날 때, 많은 이들이 그를 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린다. 물론 많은 비판들을 통해서 사회가 한층 더 성숙해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스스로의 마음을 파괴시키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가 성숙해 지기를 바라는 비판이 아니라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말이다.

예전에 비난과 비판을 비교하면서 이유없는 비난은 옳지 않으며, 이성적인 비판이 필요하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당연히 맞는 얘기다. 하지만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본다면 이성적인 비판이란 많은 경우, 비난이란 늑대가 이성이라는 양털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내가 너무 비관적인 것일까? 물론 난 심리학자가 아니기에 많은 사람을 임상실험해 본 결과가 아닌 '나'라는 사람과 내가 접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기준으로 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럼 당신의 마음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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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