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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지난 달에 한국에 들어가서 본 영화를 이제야 포스팅한다. 한국에 머물던 여드레간 내내 사람들을 만나느라 정신없이 돌아다녔지만, 조금 여유가 있던 금요일 오전,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던 중 특이한 제목의 영화가 눈길을 끌어 리모컨을 내려놓고 두시간 가까이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는 사고로 인해 기억이 80분밖에 가지않는 한 수학박사님과 그 집에 새로 고용된 싱글맘 가정부, 그리고 가정부의 열살 된 아들 '루트'의 이야기이다. 메멘토와는 달리 이 영화의 박사님은 사고 이전의 기억은 다 기억하고 있으면서, 현재부터 80분이전까지의 기억만을 계속해서 소유할 수 있다. 그래서 일상 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매일매일이 같은 날처럼 반복되는 삶이 되어버린다. 어쩌면 그래서 그는 더욱 그 80분의 기억을 붙잡고 논문을 써 내려가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수식' 이라고 하는 녀석은 쳐다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픈 놈이다. 오죽하면 수식으로 가득한 논문을 학회에서 발표할 때에도 가능하면 발표 자료에만큼은 수식을 넣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하지만 신기하게도 영화를 이끌어 가는 주도권은 바로 이 '수식'에 있다. 모든 사물을 숫자로 바꿔 의미를 부여하는 이 박사님처럼 이 영화의 핵심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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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는 수식(오일러 등식)이 자리잡고 있다.  무리수는 그 끝이 영원히 결정되어지지 않는 수이지만, 두 개의 무리수 한 쌍과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수인 i가 접할 때, 무리수는 다시 정수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여기에 1이 더해지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이 과거로 빠져버린 음수는 현재의 시간인 0으로 돌아온다.

박사님을 순수하게 사랑하며 돌보아 주는 가정부의 마음, 그리고 자신이 몸과 마음의 깊은 병 속에 있는 것을 알지만 꼬마 루트에게 쏟는 박사님의 배려는 영화 후반부로 접어들며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감동시킨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수학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루트. 나도 루트와 같은 제자를, 그런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길 스스로에게 바래어 본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좀 특별하게 다가왔던 대사는 박사님이 자신의 논문이 논문대회에서 대상을 받았음을 통지받은 후에 '난 신의 수첩을 조금 베껴 써 낸 것 뿐이야' 라고 한 한마디. 예전에 어느 과학자의 전기에서 본 듯한 말이지만 학문의 길로 한걸음 들어선 내겐 또 새롭게 다가오는 말이다. 많은 논문들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조하는 듯 하지만, 어쩌면 그 모두가 자연의 섭리 속에 이미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지혜란 하나님이 세상에 써 두신 글을 이해하는 것 그 자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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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하늘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