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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리고느낌.

청소와 정신건강?


People often write me and ask how I keep my wood floors so clean when I live with a child and a dog, and my answer is that I use a technique called Suffering From a Mental Illness.
사람들은 종종 어린 아이, 그리고 개 한 마리와 같이 사는 내가 어떻게 마룻바닥을 그리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묻는다. 하지만 사실 그건 내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음" 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더 암스트롱 (Heather Armstrong), Dooce, 07-07-06
[quot. copied from http://www.quotationspage.com
, translated by wrter]

-글 장원두-

혼자 살다 보면 제일 게을러지기 쉬운 부분이 바로 '청소' 가 아닌 가 싶다. 작년 가을 학교 기숙사에서 자취방으로 새로 이사했을 때만 하더라도, 매주 주말이면 새로 구입한 청소기로 먼지를 뽑아내며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대문 앞에서 이불을 내다 털곤 했었다. 그러던 것이 점점 이불에 붙은 먼지를 터는 횟수가 줄어들더니, 방 구석에 점점 머리카락과 과자 봉지가 쌓이기 시작하고, 오늘로 집청소를 안한지가 어느새 3주가 되어 버렸다. 간단한 청소기를 돌리는 것이 그럴진대, 걸레로 마룻바닥을 닦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는 그냥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도록 하겠다.

아침에 일어나, 연구실 세미나 시간까지에 약간 여유가 있어서 그동안 미루고 미뤄 왔던 청소를 간략하게나마 하기로 마음을 먹고 청소기를 꺼내 들었다. 먼지를 다 빨아들이기까지 약 10분. 이렇게 간단한 것을 내가 왜 자꾸 미뤄 왔나 생각하며 좀 부지런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샤워실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특이한 것인지, 아니면 일본의 샤워실 구조가 원래 그런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하튼 우리 집 샤워실의 수챗구멍은 좀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맨 위에 머리카락 등을 걸러주는 망이 있고, 그 밑으로 좁은 관이 이어지는 것이 보통일 터인데, 다음과 같은 구조로 머리카락이 구멍을 막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아 버리고 있다. (위쪽의 빗금이 들어낼 수 있는 플라스틱 덮개. 아래쪽 실선으로 되어 있는 내부덮개는 고정되어 있다. 오늘 사건이 터지고 열심히 연구해서 알아낸 사실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살표 방향으로 물이 빠진다




머리카락 막힐 일이 없어서 좋겠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으나, 문제는 물이 항상 여기 고이게 되고, 내가 수채구멍을 약 한달여 간 청소하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 청소한답시고 이 뚜껑을 열어보니, 한달여간 내 몸에서 나온  머리카락, 때, 그리고 비누와 치약거품들이 그 비중이 작은 탓으로 인해 뭉쳐져 괴상한 형태를 띄며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고 있는 중이었다. 어찌어찌 하여 대강 다 치우긴 했으나, 꽤 곤욕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처음엔 수채구멍을 도대체 왜 이렇게 비누거품조차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은 것인지 좀 황당하다고만 했었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사실 자주 청소만 해 주면 그리 나쁜 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내부의 관이 막히는 것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런 사태를 좀 막기 위해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 청소를 해 주어야 할 듯 한데, 청소하기 싫어하는 내 본성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 지 그게 걱정이 된다. 그런데 정말 정신건강상에 문제가 좀 있는게 청소를 잘 하는데 도움이 되는 걸까? :)


cf. Suffering From a Mental Illness. 정신 이상; 여기서는 결벽증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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