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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리고느낌.

휴일없는(?) 나라 일본


'휴일이 없다' 라는 게 무슨 말일까?
사실 일본엔 공휴일이 꽤 많다. 달력을 뒤져보면 매달 한번꼴로 공휴일이 끼여 있고, 별로 쉬어야 할 거 같지 않을 날에도 적절히 천황 생일과 맞추어 공휴일을 잘 안배(?) 해 두었다. 심지어 '춘분'도 공휴일이고, 아직 완벽히 파악이 되지는 않았으나, 주 5일제 하는 회사도 꽤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거의 한주를 완벽하게 놀아 버리는 5월 첫주의 골든 위크는 가히 공휴일의 절정을 보여 주는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사회나 다 그렇듯 예외, 예외가 있는 법이다. 이곳에서 한 달에 한번 정도 토호쿠 지역 몇몇 교회가 연합해서 청년부 모임을 가지는데, 거기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그 전에도 몇번 모임에 참석을 하였으나 처음 보는 얼굴이라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니, 자기는 학교 일 때문에 주말 모임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주 7일 근무. 두둥......--ㅁ

여기서 혹시나 일본중고생들이 주 7일 수업의 입시지옥에 빠져 사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학생들은 주 5일, 혹은 6일만 수업이 있다. 그러면 나머지 이틀은?
그렇다. 클럽 활동이다. 주말에 수업이 없거나 적은 대신, 여기서는 클럽 활동이 상당히 발달되어 있다. 야구, 축구, 오케스트라 등등. 물론 학생들에게는 기본적으로 선택권이 있어서, 집에서 잠을 자던, 원하는 클럽에서 활동을 하던 스스로의 자유다. 그러나 선생님은 어떻게 하란 말인가....-_-;;

물어보니 원칙적으로는 선생님도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암묵적으로 (특별히 젊은 선생님은) 안하면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단다. (일본에서는 이 '암묵적' 이라는 것이 매우 무서운 시스템이다...아무도 항거하지 못하는....ㅋ) 특별 수당이 있기는 한데, 너무 적어서 (하루에 천엔 정도 였던 듯) 점심 사먹고 기름값 빼고 나면 남는 거 없다고....

선생님을 열심히 동정하다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학생들이라고 그리 좋은 시스템은 아닌 것 같다. 일본에서는 단체행동에서 한 사람이 튀어서 개인사정으로 빠져 버리는 것이 잘 용납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일단 클럽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고 싶다면 주말 정도는 여유있게 반납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처럼 일요일마다 교회를 가야 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에서의 클럽활동은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지도교수님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부모님 초청 등등 무슨 학교에서 하는 행사들은 몽땅 일요일날 한다고 한다. 한국같으면 종교의 문제를 떠나서라도 휴일에 부모를 쉬지 못하게 한다고, 혹은 행사가 있으면 일요일도 학교를 가야만 하는 학생들에게서 항의라도 들어올 법 한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고 하니 다만 신기할 따름이다.

여하튼 이제 1년 하고도 8개월째 살고 있는 이 나라. 한국에서 태어나 약 1년의 외유 기간을 제외하면 쭈~욱 한국에서만 살아온 한국사람에게는 아직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얼마쯤 더 있다 보면 이 사람들 마음속의 미스테리를 풀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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